장안동 아빠방 OlO.9440.0540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냉정과 열정사이

 쓰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라는 일본 최고의 남녀 인기 작가가 각각 남자와 여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작성한 명작 도서 <냉정과 열정사이>. 쓰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는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전하기 위해, 글을 작성하는 중에서는 서로 만나지 않고 글에 관한 연락만 주고 받았다는 소설.

 장안동 아빠방 성훈 실장은 1999년에 이 책을 처음 일고, 쥰세이와 아오이의 이야기에 반해서 언젠가 피렌체에 가보고 말리라는 어렴풋한 상상을 했죠. 준세이 역을 맡은 타케오우치 유타카가 되어 아오이역의 진혜림을 만나는 상상들. 이것은 과거 전도연을 찾으러 프라하로 떠났던 그때와 비슷한 감정이었습니다.

 도착한 두오모. 그 웅장한 자태에 취할 틈도 없이 티켓을 끊고 성당에 입장하는 그 순간. 미리 호스텔에서 사간 2리터 물 한 병과 굉장히 딱딱한 롤케이크. 제과점 버전이 아닌 그냥 슈퍼버전 같은 초코 롤 케이크지만 어찌나 든든하던지. 그 아이들을 백백에 담고, 두오모 등정을 하려는데. 계단이 무려 414계단. 뭐?????? 유구한 역사.. 는 개뿔. 오래된 건물이라 계단도 엄청 가파르고. 내 앞에는 엉덩이만 간신히 가려주는 초미니 스커트를 입은 백인 미녀가 있음에도 제 눈은 계단만 쳐다보고 하염없이 걷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의 활력소가 되어 줄 거라 믿었던 초미니 미녀는 '야 이놈아 얼른가라 오라버니 힘들다' 로 바뀌고. 잘하면 므흣한 것을 구경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금새 사라진채, 계단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헉헉대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죠.

장안동 아빠방 OlO.9440.0540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두오모는 돔이라는 단어의 이탈리아로서, 사진의 둥근 뚜껑 부분의 내부에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쫄보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장안동 아빠방 성훈 실장은 그 명작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덜덜 떨면서 겨우 옥상까지 도착했습니다. ^^;; 오로지 걱정은 내려갈때도 그리로 내려가면 어떻게 할까였지만, 다행히 내려갈때는 쉽게 내려간 듯 싶네요. 하하하.

 사진에 보이는 뿔 같은 부분이 사람들이 서있을 수 있는 부분인데, 그것에 도착해서 미리 준비한 물과 빵. 그리고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OST를 틀어놓고 멍하니 피렌체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몇몇 일본인 관광객들은 특유의 그 발음으로 'BGM 비쥐에므?' 라는 하고, 저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종이 비행기를 만들어 던졌습니다.

 금방 떨어질 거라 생각했각했던 종이비행기는 한참을 날았습니다. 떨어지면 또 올라와 한참을 날아오르고, 그러다 떨어지면 잠시 후 또 올라오고. 아마도 높은 곳이라 상승기류를 타고 계속 날아오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종이비행기를 따라 나의 반응도 '오~~~, 아...., 오~~~~!!' 를 반복하자 제 괴성에 사람들이 뭐지 하며 쳐다보다가 이내 제 주위로 모이더군요. 그리고 다 같이 '오~~~, 아....'를 반복하는 두오모 꼭대기의 사람들. 그렇게 종이 비행기가 떨어질때까지 잠시동안 우리는 하나가 되었죠.

장안동 아빠방 OlO.9440.0540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준비해간 빵과 물도 다 먹었고. 시간도 어느 덧 2시간이 훌쩍 넘어서 내려오는 길. 길거리 주변에 상그리아를 파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제가 호기심있게 처다보자. 작은 컵을 보여주며 20유로! 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 싼데? 하나 마실까? 하는데 그보다 약간 더 큰 컵을 보여주며 25유로? 그래서 오? 이걸 마실까? 하는데 더 큰 컵을 보여주며 30유로. 라고 하는 이 친구. 저는 그 친구의 상술에 현혹되어 결국 30유로 짜리를 사먹고 있더라고요. ㅎ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맛있었던, 아마 제가 먹은 상그리아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상그리아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언젠가 또 한 번 가보고 싶은 두오모. 나의 아오이를 위하여...

장안동 아빠방(호빠)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이력 (OlO.9440.0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