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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훈 (OlO-9440-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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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동 아빠방(호빠)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OlO.9440.0540 |
아날로그. 디지털적이지 않은, 비전자 장치들을 뜻하는 단어. 즉 옛 것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을 오늘은 이야기하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아날로그는 정서적 정의를 뜻할 뿐, 사전적 정의는 논하지 않음을 미리 밝힌다.
나는 아날로그함이 좋다. 언젠가부터 세상은 바삐 돌아가고, 모든 것은 디지털화 된 것들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이 문자 메시지를 대신한지 오래고, 우리는 전화를 받는 순간 상대방이 누구인지 미리 알아버린다. 이 이야기는 여기부터 시작한다.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지금의 모습이 성탄제 가까운 도시의 그날이 아닐까?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우리네의 모습이 바로 지금의 현실이 아닐지... 지금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그래서 옛 것의 정취가 그립다. 카카오톡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메신저의 등장 후 우리의 대화는 너무 쉬워졌다. 예전에는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보낼 때에도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고, 그 덕에 우리는 신중한 내용을 담아 상대방에게 보냈다. (물론 모바일 메신저로 문자 비용이 사라진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상대방의 이름을 미리 알 수 없었던 그 때, 우리는 전화가 올 때마다 이 것이 누구의 전화인지 기대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그와 같은 막연한 기대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전화가 누구의 전화인지 알고, 상대방에게 내가 누군지 밝힐 필요가 없어졌다. 두근거림과 설렘은 이미 옛 것이 되었다. 물론 기다람의 정서는 여전하지만, 마치 뽑기에서 감춰진 패를 꺼내어 보는 듯하던 막연한 기대감은 이제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장안동 아빠방(호빠)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OlO.9440.0540 |
나는 이러한 아날로그의 사라짐이 슬프다. 인스턴트한 메시지는 언제고 상대방을 쉽게 차단할 수 있으며, 인간 관계는 휘발성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쉬운 관계는 언제고 쉽게 어그러지게 되고, 과거처럼 상대방에게 신중하게 다가섰던 모습 또한 이제는 찾기 힘들다. 나는 아직도 이메일을 주로 사용한다. 단문으로 대변되는 메신저의 메시지보다는 장문으로 나의 뜻을 신중히 전할 수 있기에, 이메일이 좋다.
내가 과거 장안동 아빠방에서 일하기 전 세계 여행을 하던 시절. 나는 이메일보다는 엽서를 주로 사용했다. 여행지에서 만난 새로운 벗들에게 나의 근황과 그들에 대한 느낌을 담아 엽서를 보냈다. 지금도 여행을 가게 되면 그곳의 특징이 잘 담겨있는 엽서를 구매한다. 비록 보낼 이는 과거처럼 많지는 않지만, 누구에게 보낼 수 있지는 않을까 막연한 설렘을 안는다.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생각을 담는 작업들. 엽서나 편지는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지금의 휘발성 강한 메신저들 보다 내 마음을 끈다. 가수 전영록은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라고 했지만, 쉽게 지울 수 없는 펜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적는 과정 또한 나쁘지 않다.
장안동 아빠방(호빠)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OlO.9440.0540 |
그런 의미에서 난 아날로그함이 좋다. 올드하게 보일지언정, 나는 옛 것의 풍취가 남아있는 아날로그가 좋다. 그러나 오해는 말자. 아날로그만이 신중한 것은 아니다. 어느 과정이나 진심을 담는다면 신중함을 가질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시절의 풍미를 지니고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몇 해전 유명했던 <응답하라>의 선풍적인 인기 또한 옛 것에 대한 향수가 노스텔지어를 갈망하는 우리들의 감수성을 건드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치 흑백 사진이 주는 아련한 감수성처럼.
우리는 옛 것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늘 그리운 정취. 어쩌면 우리들 장안동 아빠방 선수들이 그 향수를 자극하는 문화를 여러분들께 제공하고 있지는 않을까? 옛 것이지만, 올드하지 않은. 마치 레트로적인 감수성처럼. 옛 것을 신나게 재현하는 우리들의 모습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감성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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