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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훈 (OlO-9440-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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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동 아빠방(호빠)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OlO.9440.0540 |
나의 중2 병...
나의 청소년기를 생각하면 질풍노도(疾風怒濤)라기 보다는 상처와 굴곡이 많았던 시대가 아닌가 싶다. 중학시절부터 나는 우연찮게 반장과 부반장을 맡았다. 단지 키 크고, 공부를 잘했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나의 이야기는 중학교 2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창 꾸미고 싶던 나이의 나는 사복을 가방에 챙겨 등교를 하다가 선도부의 가방 검사에 들키고 말았다. 그 일은 학생주임 선생에게 들어가고, 그는 나의 부모님이 학교에 오기를 원했다. 누가 보아도 그 목적은 훈육이 아닌 봉투에 있는 것이 뻔히 보였다. 중 2였던 나의 시선에도 그리 보였으니, 나는 목장의 일로 바쁘신 아버지를 그 이유로 학교에 부를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일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 모았고, 사회과 선생이었던 그는 우리 반 전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반 전체 학생들에게 기합을 주고 문제를 맞춘 사람만 손을 내리게 한다던지. (물론 내가 문제를 맞추려 해도 내게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반 친구들도 내 처지 딱했는지 내가 "저요"를 외치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고 한 시간 내내 기합을 받아야 했다.) 반 전체에게 말도 안되는 일로 엄청난 양의 숙제를 내주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나는 굴복해야만했다. 중2의 나는 선생이라는 거대한 존재와 맞서 싸우기에 너무도 나약한 존재였다.
당시 담임이었던 1년 차 교사는 나를 보호하기 보다는 '그냥 옷을 가져왔다'는 나의 말에 나의 뺨을 때리며 '무슨 목적이냐'며 윽박을 질렀다. 학생주임인 그의 눈치를 보느라 바쁜 듯 싶었다.
장안동 아빠방(호빠)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OlO.9440.0540 |
결국 아버지가 학교에 오셨다. 푸른 색 정장 차림. 오랜시간 장농 속을 차지하고 있었던 그것은 명절 전 할아버지 산소에 다녀 오실 때 착용하시는 아버지의 유일한 정장이었다. 그것을 나 때문에 학교에 입고 오셨고, 나는 그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더구나 그때 내가 걸린 옷 역시 아버지가 "용돈이나 하라" 며 뱀을 잡아서 파신 돈으로 구입 한 옷이었기에, 내 마음은 더욱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학생 주임 선생은 아버지의 낡은 옷차림을 보고는 "그냥 가시라"는 말을 남기고, 별 말 없이 뒤를 돌았다.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다'는 아버지의 말은 듣지도 않은채 뒤 돌아 서는 그와 아버지의 모습이 교차 되고, 아버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만 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셨다.
나의 중2 시절의 가장 큰 임팩트가 있었던 사건이자, 선생이라는 직업군에 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된 사건이기도 하다. 후에 내가 학원 강사 생활을 할 때 역시 이때의 사건이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강사는 선생이 아니라 생각하지만, 최소한 가르치는 자의 역할을 놓지는 말자는 다짐을 하게 된 것 같다. 씁쓸했던 나의 추억이지만, 삶의 지표에서 중요한 역할이 된 사건이 된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 이유 만으로 나는 나의 중 2병에 감사를 한다. :")
장안동 아빠방(호빠)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이력 (OlO.9440.0540)
장안동 아빠방(호빠)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OlO.9440.05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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