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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성훈 (OlO-9440-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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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안동 아빠방(호빠) OlO.9440.0540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
요리에는 기세라는 게 있다.
7시 반에 눈을 떴다. 기분이 몹시 나쁘다. 오늘은 완전히 재수 옴 붙은 하루가 될 듯한 예감이 든다. 몸 어딘가가 아프거나 열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기분이 안 좋을 뿐이다. 아침에 상쾌하게 벌떡 일어나는 사람들의 기분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나는 문자 그대로 용수철처럼 침대에서 튀어나와 계단을 구르듯 내려갔다. 1,980엔을 주고 산. 트레이닝복 같은 빨간 잠옷을 입고 있어 다행이었다. 쓰레기다. 쓰레기. 불연성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다. 불연성 쓰레기는 8시에 딱 맞춰서 수거해 간다.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 버린다. 불연성 쓰레기의 양이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두부, 생선, 토마토, 온갖 것들이 비닐로 포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육점 접시, 두부 용기, 알루미늄포일, 약봉지, 담뱃갑의 셀로판과 은박지, 비닐 끈, 달걀 용기 깻잎 한 묶음도 스티로폼 용기에 들어있다.
어젯밤 골라내어 통에 넣어둔 쓰레기를 현관 앞 길가에 내 놓았따. 휴. 제시간에 맞췄다. 집 근처에 흘끔흘끔 둘러보았다. 사람이 하나도 없다. 트레이닝복풍의 빨간색 상,샇의는 역시 남들 눈에는 잠옷으로 보이겠지. 제시간에 성공하고 나니 또 한 번 피로와 짜증이 우르르 몰려왔다. 방으로 돌아올 때는 난간을 붙잡고 기어 올라갔다.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생각할 거리가 없어서 쓰레기에 대해 생각했다. 불연성 쓰레기의 대부분은 음식물 포장이다. 내용물보다 쓰레기가 더 많다.
집에서 요리를 열심히 하면 할수록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다. 완제품을 사 오면 사 올수록 불연성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다. 요전에 토토코 씨가 우리 집에서 술을 마시고 취해서 같은 말만 되풀이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인즉슨 쓰레기가 되는 비닐봉지를 절대 집에 가지고 오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마트에 갈 땐 장바구니를 가지고 갈 것! 난 항상 들고 다녀. 근데 남편은 암만 말해도 마트에 장바구닐 들고 가질 않아. 백화점 지하는 특히 심하다고. 가는 가게마다 비닐봉지를 주잖아. 그것도 내용물이 일일이 이중 삼중으로 포장돼 있는데. 한 번 갔다하면 비닐봉지를 네다섯 개씩 들고 온다고. 남자들은 왜 장비구닐 싫어할까? 쓰레기 중 가장 많은 게 비닐봉지라니까!" 그리고 맥주만 왕창 마시다가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서 돌아와 자리에 앉자 마자 "어째서 남자들은 장바구니를 안 들고 가는 걸까. 그거 알아?......" 하며 아까와 같은 말을 내내 되풀이했다. 그리고 또다시. 화장실에 갔다. 이번에는 거실 문 쪽에서 걸어오다가 "쓰레기 중 가장 많은 게 비닐봉지야......"라고 중얼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듣다 보니 순서도 들여다보이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따. 토토코 씨는 맑은 정신일 때도 몹시 착실하지만 취하니까 더더욱 착실해졌다. 맑은 정신일 때도 몹시 착실하지만 취하니깐 더더욱 착실해졌다. 정신을 놓으면 놓을수록 착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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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안동 아빠방(호빠) OlO.9440.0540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
옛이야기를 들먹여봤자 아무 소용없겠지만, 예전에는 빈 병을 가지고 가게에 가면 참기름이든 식초든 무게를 달아 팔았다.
가게 아저씨나 아주머니가 참기름을 작은 구리 국자로 떠서 손을 높이 들고 병에다 가늘게 가늘게, 마치 끈처럼 떨어트리는 모습을 마술 구경하듯 감탄하며 보곤 했다.
마치 늘었다 줄었다 하는 생물 같았따.
포장지를 두 번 접어 겹친 다음 종이 끈으로 칭칭 감아서 타래를 만들기도 했다. 감으면 감을수록 점점 커지는 끈 타래가 집집마다 있었다.
아, 올바른 일본 서민이여, 어디로 사라졌는가.
투덜투덜 불만에 차 침대에 누워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뭐 해?" "아무것도 안 해. 근데 나 정말 치매인가 봐. 어제 카드 명세서가 왔는데 전자 제품 매장에서 12만 엔 썼더라고. 뭘 샀는지 진짜 기억이 안 나는 거 있지. 자질구레한 걸 많이 샀나? 심각하지? 하는 어젯밤부터 찝찝했던 일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너 그거. 냉장고!" 친구가 냉큼 대답했다. 아, 맞다. 머릿속의 뭉게 구름이 말끔히 개었다.
"난 말이야. 통장을 봤더니 65만 엔이나 인출했더라. 어디에 다 썼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나는 곧바로 말했다. "너 그거. 부동산 취득세" "앗, 맞다." 어째서 남의 지출은 안 까먹는 것일까. 머릿속이 상쾌해져서 기쁘게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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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안동 아빠방(호빠) OlO.9440.0540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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