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는 기세라는 게 있다. - part 5

 

장안동 아빠방(호빠) OlO.9440.0540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요리에는 기세라는 게 있다. - part 5

 미미코 씨가 '유~토피아'에 가자고 했다. '유~토피아(탕湯을 일본어로 '유'로 발음하는 데서 착안한 이름)'는 역 앞의 대형 목욕탕이다. 오락실, 술집, 드러그 스토어 등이 한데 모인 거리에 있다.
 건물 전체가 목욕탕으로 그 안에 영화관과 레스토랑도 있다. 전반적으로 살짝 허름한 건물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번 빨아서 색이 바랜 화와이 전통복 같은 윗도리에 길이가 어중간한 반바지로 갈아입는다. 여자는 분홍색, 남자는 녹색 옷을 입고 맨발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것이다. '한국식 때밀이'라는 게 있어서 꼭 해보고 싶었다. 토토코 씨는 예전에 한번 했는데 때가 테니스공만큼 나왔고, 다 밀고 나자 피부가 하얘졌다고 한다. 갖가지 탕들 한구석의 때밀이 방에는 침대가 두 개 놓여 있었다. 반바지에 탱크톱을 입은 여자 둘이 말했따. "순서대로 오세요. 누구부터 하실래요? 오기 전에 탕에 들어가서 몸을 불리세요. 10분 정도 탕에 들어갔다 오세요." 내가 먼저 때를 밀기로 했따. 탕에 들어갔다가 10분 뒤 다시 갔더니 비닐을 깐 침대에 벌거벗고 엎드라고 했다.
 탱크톱 아줌마가 때밀이 장갑으로 내 몸을 북북 문지른다. 이윽고 때가 부슬부슬 나와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느긋하게 드러누운 나와는 반대로, 아줌마는 온 힘을 다해 때를 밀고 있다. '가마 타는 사람 따로, 메는 사람 따로.....'라는 속담이 생각나 왠지 면목이 없어지는 것은 내가 궁상맞기 때문일까. 아줌마의 땀도 부슬부슬 떨어진다.
 흐슬부슬 몸 옆으로 쌓아긴 했지만, 테니스공만큼 나왔따는 토토코 씨의 말은 허풍임에 틀림없다. "됐어요. 이제 천장을 보세요. 바로 누워요." 벌거벗은 채 천장을 보고 누웠다. 할 일이 없어서 옆 침대를 봤더니 얼굴이 가려진 새하얗고 통통한 여자의 맨몸이 천장을 보고 누워 있었다. 과연 여체는 아름답다. 화가들이 까마득한 옛날부터 여자 몸에 푹 빠져 질리지도 않고 계속 그려댄 심정이 이해된다. 통통한 여자는 르누아르의 누드화 모델 같다. 여자의 벗은 몸 한가운데에 털이 나 있따. 남자들이 미너스의 언덕이라고도 하는 곳. 야트막한 산처럼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 그곳에 털이 나 있따. 그 장면을 보노라니 기타카루이자와의 겨울 산이 생각났따. 잎이 진 검은 나무가 새하얀 산릉선을 따라 코끼리 등의 잔털처럼 자라있었다. 여름에는 잎사귀가 울창하게 자라서 산릉선은 보이지 않는다. 설산의 능선 위로 펼쳐진 새파란 하늘. 옆 침대 여자의 하얀 산 위 겨울나무를 보고 있자니 기타카루이자와의 설산을 보러 가고 싶어졌다. 다시 몸을 뒤집어 오일 마사지를 받았다. 아, 기분 좋다.
 때밀이가 끝난 다음 쑥 사우나에 들어갔다. 젊은 여자가 있었따. 역시 젊은 여자가의 나체는 완벽하게 아름답다. 나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 속에서 젊은 여자의 몸을 관찰했다. 그러나 털이 난 부분에서 깜짝 놀랐다. 젊은 여자의 산은 한여름이었다. 뭉게뭉게 타오르는 젊은 나무 잎사귀였다. 산릉선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따. 울창하고 새까맸다.

장안동 아빠방(호빠) OlO.9440.0540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미미코 씨와 식당에 가서 나는 사라우동(나가사키 현의 향토 면 요리 국물 없이 접시에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을, 미미코 씨는 맥주에 오징회, 감자튀김을 먹었다. 또 오자고 약속했따.
 사라우동은 심하게 맛없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불가연 쓰레기를 모았따. 정말이지 인간은 쓰레기만 만들어낸다. 우주에는 회수할 방도가 없는 인공위성이 5천 개도 넘게 쓰레기가 되어 떠돌아다닌다는데 어쩔 셈인가.
 유리공예가인 마리는 "인간은 생산적이어선 안 돼. 쓰레기나 만들 뿐이니까"라고 말했다. 본인은 실로 아름다운 유리공예품을 만들면서도 이런 말을 한다. "난 불가연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거야." 자각 있는 예술가는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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