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자르다. (장안동 아빠방 OlO.9440.0540)

 

장안동 아빠방 (호빠)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OlO.9440.0540

 머리를 잘랐다. 오랜 시간 길러 온 머리였으나, 자르는 시간은 눈 깜짝할 새 끝나버렸다. 기억하기 일들도 이처럼 쉽게 잘라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가면서 느꼈던 우울하고도 슬픈, 혹은 힘든 일들. 우리의 기억은 왜 머리카락처럼 쉽사리 잘라낼 수가 없는 것일까?

 장안동 아빠방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는 슬픈 기억들이 많다. 나의 글 속에서도 자주 언급되지만, 후회했던 일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지금도 나의 일들은 후회로 가득 차있다. 어찌하면 이토록 후회가 많은 것일까? 머리처럼 금세 자라나는 아픈 기억들. 예쁘게 꾸밀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나의 아픔은 길들여지지 않고, 아프게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슬픔은 나를 괴롭힌다. 글을 쓰기 힘들다. 지금 써 내려가는 글자들 역시 어떤 의미로 나열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의 글을 그렇다. 혹 누군가 이 글을 처음 접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분명 그는 "이 놈 글 되게 못 쓰네" 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조금은 억울할 듯 하다. (그렇다고 내가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할 뿐이다.)


장안동 아빠방 (호빠)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OlO.9440.0540

  오늘은 글은 쉽게 써 내려가지 않는다. 글이 쉽게 쓰여지지 않는다 하니 ,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가 생각난다.


 <전략>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후략>


 인생은 살기 어렵다, 그래서 내 이야기도 쉽지 않은 지 모르겠다. 물론 나의 삶과 글이 윤동주 선생의 그것에 비할 리는 없다. 나의 눈꼽만치 한 이야기가 감히 그럴리도 없거니와, 삶의 무게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사무소 방위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했던가? 나의 삶 역시 나름의 무게를 지닌다. 그리고 그것이 늘 나를 회한 속에 살게 한다.

 머리야 다시 기르면 되고, 상한 머리는 잘라내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의 기억은 다시 만들 수도 쉽게 잘라내지도 못하기에 슬프다. 지금 나의 삶을 괴롭히는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 다시 기회가 있다면 좋으련만...


 이제는 글을 마치려 한다. 오늘의 글은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을 들였지만, 결과물 역시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아마도 나의 심리 상태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만남은 언제나 소중하다는 것이다. 쉬이 잘라내지 못하기에, 우리는 그 만남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늘 나에게 주어진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 結 -


장안동 아빠방 (호빠)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OlO.9440.0540


장안동 아빠방(호빠) K대 법대 출신 성훈 실장 이력 (OlO.9440.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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